[내과] 엄지와 검지가 저리면 3년 이내에 중풍이 온다는데
엄지, 검지 두 손가락이 저리면 3년 이내에 중풍이 온다고 동의보감에 실려 있긴 하지만, 현대 의학의 견지에서 보면 터무니 없는 얘기. 아무리 훌륭한 책도 오류가 있음을 말해준다.
엄지와 검지가 저리면 3년 이내에 중풍이 온다고 잘못 알려진 데에는 특히 비전문자가 검증도 없이 한방 자료를 베껴 만든 책의 잘못이 크다. 왜냐하면 엄지, 검지의 두 손가락이 저리면 3년 이내에 중풍이 온다는 설명이 우리 나라의 유명한 한방서인 <동의보감>에 그대로 실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의보감>이 아무리 훌륭한 한의학 서적이라 하더라도 발달한 현대 의학의 견지에서 보면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오래 진행되면 혈액순환에 지장이 생겨 신체의 일부가 저리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당뇨병성 신경병증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증상들은 엄지나 검지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검지와 엄지에 국한해 이야기하면 팔에 분포되어 있는 말초 신경 등에 이상을 유발할 수 있는 경추추간판 질환이나 수근관증후군으로 팔목에 질환이 있는 경우가 더 많다. 무거운 물건을 많이 운반하였다든지 아니면 잠잘 때에 자신도 모르게 팔 같은 곳을 압박한 나머지 해당되는 신경의 부위에 운동 마비가 올 수도 있는데, 이것도 중풍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따라서 이것을 잘 이해하지 못한 비전문가들이 무조건 <동의보감>만 믿고 오해를 하여 일반인들에게 잘못 적용한 데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한의학계에서는 이와 같은 설명은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실제 한방병원에 입원한 환자 중에도 중풍 이전에 엄지나 검지만 3년 전부터 저렸다고 호소하는 이는 없다.
서양의학에서 저림 증상에 대해 해석할 때 신경과나 정형외과 쪽에서는 근육, 뼈, 감각신경이나 피부의 문제로 보는 경향이 있고, 내과에서는 주로 당뇨병에 의한 말초신경병증으로 설명하며, 이외에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엄지와 검지의 신경 분지는 경추 6번 신경이 감각을 지배하는 영역이다. 따라서 경추 6번 신경이 지나가는 경로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엄지와 검지에 이상 감각 현상을 느낄 수 있다. 의사가 손을 만져보거나, 예리한 것으로 눌러보거나, 진단용 망치로 두들겨보거나, 압박해서 눌러보거나, 여러 가지 손동작을 요구하거나, 목 주위를 운동시켜보거나 목에 힘을 줘보라고 하는 것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찾기 의한 간단한 검사이다.
이외에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으로 설명하기도 하는데 엄밀히 따진다면 이런 경우도 엄지와 검지에 국한되어서만 문제가 생기기는 쉽지 않다. 다시 말해 손가락이나 발가락 말단 등 어디든지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당뇨병이 있는 환자에게 엄지와 검지의 저림 현상이 나타난다면 정확한 원인 진단을 받고 본인의 당뇨 관리가 잘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엄지와 검지가 계속 저리고, 휴식을 통해서도 호전되지 않고 악화된다면 당연히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